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엄마 아빠처럼 야단을 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아서 좋고, 한없이 너그러워 비밀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은 어른입니다. 한편,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줍니다.
친할아버지는 아니지만, 수지와 한스 할아버지는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노인 아파트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한스 할아버지도, 엄마와 단둘이 사는 수지도 외롭고 적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이 친구가 되면서부터는 조금도 외로워하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루가 너무 짧아 아쉽게 느껴지곤 하지요.
수지는 마냥 귀엽고 말 잘 듣는 순한 아이만은 아닙니다. 시시때때로 늙은 한스 할아버지를 가슴 졸이게 하고 식은땀나게 하는 말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스 할아버지는 그런 수지에게 ‘꼬마 도깨비’라는 별명까지 지어 줍니다. 꼬마 도깨비 수지는 한스 할아버지처럼 멋있게 보이고 싶다며 긴 머리를 싹둑싹둑 자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한스 할아버지네 온 집 안을 물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사나운 강아지 흉내를 내며 컹컹 짖어 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스 할아버지는 그런 수지를 위해 기꺼이 좋은 친구가 되어 줍니다. 늙고 쇠약한 몸으로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몇 올밖에 남지 않은 머리카락에 리본을 달기도 하며, 뜨개질을 배우기도 합니다.
누구도 끼어들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는 한스 할아버지와 수지의 끈끈한 우정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스 할아버지의 세탁기가 고장 났을 때라든지, 여럿이 떼지어 치과에 갈 때라든지, 위층에 사는 안나 할머니를 비롯해 디도, 우도 형제와 함께 아기 예수 탄생 놀이를 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때에도 두 사람의 우정은 가슴 찡하게 다가옵니다.
나이가 들어 늙고 몸이 점점 약해지는 것은 분명 괴롭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작가 구드룬 멥스는 나이가 너무 많거나 혹은 외롭거나 가난하기 때문에 겪는 부끄러운 일과 씁쓸한 경험을 기발하면서도 아주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여 있을 법한 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즐겁고 행복한 일로 한 단계 끌어올려 놓기까지 합니다.
할아버지와 아이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려 낸 <할아버지는 내 친구>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마음 따뜻한 이웃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행동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조금 과장된 듯하지만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한 마리 막스의 익살스러운 그림들도 글만큼이나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듭니다.